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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글

4차원과 미술 / 미술, 상대성 이론을 만나다

미술, 상대성 이론을 만나다

 

아인슈타인은 단순한 천재 과학자만이 아니다. 미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이다. 철학, 종교, 사회,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인슈타인이 끼친 영향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많다. 그중 재미있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이 멈추고 길이가 없어진다. 이러한 물리학 개념은 미술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피카소는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직접 상대성 이론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회계사이며 4차원 기하학에 심취했던 프랑세로부터 4차원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 바로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사각의 큐빅 모양으로 입체감을 표현했다. 한쪽에서 물체를 보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본 장면을 하나의 평면에 합쳐 작품을 완성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도 상대성 이론을 반영한 작품이다. 황량한 해변 가에 시계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채 죽어있다. 시간이 정지한 셈이다. 시간이 정지하면 기억이 각인돼 변하지 않는다. 그림 속의 정지한 시간은 상대성 이론에서 느려진 시간과 비슷하다.

우리는 지금 4차원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3차원이다. 화가들은 제한된 3차원 안에서 4차원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달리의 작품 ‘고차원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를 보자. 옆의 그림과 비교해보면 정육면체 8개가 십자 모양으로 포개져 있다. 이는 가상의 4차원 입방체를 3차원에 펼친 모습이다. 똑같은 원리로 그리스도가 못박힌 십자가는 고차원의 도형을 3차원에 펼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피카소의 ‘마라부인’도 4차원을 표현하려 했다. 옆의 그림처럼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육면체 위에서 누군가가 손전등을 비춘다고 상상해보자. 이를 도화지(2차원 평면)에 비추면 사각형 속에 또 사각형이 나타나는 형상이 될 것이다. 마라 부인은 한 쪽 얼굴에 눈 속에 눈이 있는 영상으로 4차원의 3차원 투시도를 암시하고 있다.

 

 

 

 

 

 

 

시공의 표현은 뒤상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뒤상은 시간적으로 차이를 둔 이미지를 하나의 작품에 그려냈다. 이는 움직이는 체계를 다른 좌표계에서 봤을 때 그 시간이 일치하지 않고 여러가지 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피카소나 달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서울대 물리학부 김제완 교수는 “화가들이 4차원 수학을 이해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달리나 피카소가 가진 천재적인 영감이 이런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거짓’이라는 원리를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 피카소는 화폭 위에서 깨달은 셈이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